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인스타 브레인 책 리뷰 - SNS는 도파민 주사다

by 유니개발 2022. 11. 16.

인스타 브레인 - 안데르스 한센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책의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녀석이었다. 마치 인스타그램의 디자인처럼 보라,빨강,주황 등이 그라데이션으로 뒤섞인 예쁘장한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설명해준다. 우리 뇌가 어떤 원리로 SNS를 계속 확인하고싶게 만드는지 등의 내용들은 매우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하는 글들이 적지않음에도 불구하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뇌는 예측 불허를 사랑한다" - 81p

 

우리의 뇌는 경험 그 자체보다는 그 경험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더 크게 반응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나는 이때까지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인간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그런 '보상 물질'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도파민은 '보상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녀석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 선조들이 나무 아래에서는 과일이 보이지 않아 나무를 타고 올라가야만 했다고 하자. 그런데, 올라가보니 열매가 없었다. 나무 오르기를 이 한 번으로 포기한다면, 당연히 굶어죽었을 것이다. 따라서, 남은 다른 나무들을 보면 일단 올라가보라고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시켜 지시하는것이다. 나무를 안 올라가보고 죽는것보다, 수많은 나무 중에서 한 번이라도 과일을 발견한다면 생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테니까. 이렇게 뇌는 수렵 채집인으로서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이런 특성을 바로 현대의 SNS가 이용하고 있다. 다들 '누가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나?' 싶은 마음에 알림을 확인하기 위해서 휴대폰을 터치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문자 메시지를 읽을 때보다 그냥 무언가 왔다는 알림을 들었을 때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된다고 한다. 따라서 생존하기 위해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진화한 우리의 뇌는, 이제 SNS를 '확인하기' 위해서 몇분에 한번씩 휴대전화를 보고싶게 만든다. 이런 행동들이 우리의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뇌가 휴대전화의 유혹에 맞서 싸우는 동안 다른 임무를 수행할 능력은 감소한다. 그다지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정말로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105p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주머니에 넣거나 책상에 두기만 하더라도 우리는 집중에 방해를 받는다. 우리는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뇌는 도파민을 분비시켜주는 휴대전화를 무의식적으로 계속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무언가에 집중하기보다 휴대전화를 무시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쏟게 되어 학습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휴대전화는 수면을 방해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우리의 뇌는 빛에 따라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조절한다. 멜라토닌은 잠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으로, 빛이 많은 낮에는 멜라토닌의 수준이 낮아 잠이 잘 오지 않고, 빛이 적은 밤에는 멜라토닌의 수준이 높아져 잠을 자고싶도록 만든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이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우리가 자기전에 휴대전화를 봤을 때 보다 늦게 잠들도록 만든다. 게다가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만들고,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을 분비시켜 무언가 군것질하고 싶게 만들어 지방으로 축적하기까지 한다.

 

 

"페이스북에서 어떤 것을 봤을 때 질투를 느낄까? 질투의 대상은 다름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이었다. 경험은 바로 우리가 다른 사람과 가장 많이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 162p

 

"뇌의 도파민 시스템은 10대 시기에 대체로 변화를 겪는데, SNS를 많이 사용한 아이들이 특히 행복감이 많이 저하되었다." - 167p

 

확실히 SNS를 통해 남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활동이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것 같다. 외모, 재산, 여행, 축제 등의 수많은 관련 사진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나 역시도 군대 안에서 훈련을 마치고 왔을 때 친구들이 업로드한 여행 사진, 대회에서 입상한 스토리들을 보면서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지' 와 같은 생각을 하고 위축됐던 적이 아주 많았다. 어쩌면 SNS는 남과 자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것만 같다.

 

 

"운동을 하면 왜 더 집중하게 될까?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 조상들이 사냥을 하거나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달아날 때처럼 신체 활동을 할 때가장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 233p

 

"나는 신체 활동을 통해 뇌 기능을 더욱 활성화하고 강화시키는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이들이 신체 활동의 효과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집중력 강화가 아니었다. 이들은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 234p


이런 내용들로 미루어 보면, 잡스가 자신의 아이에게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시킨 이유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뇌과학적인 배경을 알고나니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공감의 마음이 몰아치는 책이었다. 요즈음, 종이책 대신 e book을 읽고싶은 마음이 강해졌었는데,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책을 저렴하게 읽을 수 있고 부피도 차지하지 않으니까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지만, 중간중간 집중을 깨는 알림과 수면을 방해하는 블루라이트는 모든 장점을 상쇄시킬 만큼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또한, 나를 갉아먹는 SNS 사용은 적어도 군대에 있을 때까지는 자제를 좀 해야겠다. 

 

스트레스 완화와 집중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체력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운동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또한, 나는 과연 휴대폰을 유용하게 쓰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하는 좋은 책이었다.

댓글